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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가르쳐 준 인생의 지혜

칼럼/묵상 에세이 2010/02/16 03:03


얼마 전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2008년 10월 5일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졸업 축사로 한 연설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스티브 잡스는 애플(Apple)의 경영자로서 매킨토시, 아이폰, 맥북 등으로 세계의 IT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아이폰은 젊은이들의 필수품이라고 할만큼 우리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나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평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그의 연설을 통해서 그의 비범함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연설은 패배감에 잔뜩 웅크려 있던 내 정신에 불을 붙이는 연설이었다. 그는 그의 인생에서 겪었던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째 이야기는 "점을 잇는 것(Connecting the dots)"에 관한 것이다.

점을 잇는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인생의 경험과 지식의 총체들을 서로 연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점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점을 이을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지금 잇는 점들이 미래의 어떤 시점에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것들에 -자신의 내면, 운명, 인생, 카르마 등- 그 무엇이든지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접근법은 나를 결코 낙담시키지 않았고, 내 삶의 모든 변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출처
실제로 그의 인생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를 낳은 미혼의 부모는 그를 낳자마자 다른 부부에게 입양시켰다. 그는 대학에 갔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대학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이 결정을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왜냐면, 그는 대학을 그만두기로 생각하고 들었던 서체(Typography)에 관한 교양과목이 훗날 매킨토시(Macintosh) 컴퓨터의 아름다운 서체를 개발하는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내 인생은 서로 연결될 수 없을 것만 같은 너무나 이질적인 점들로 채워져 있다. 청소년 시절에는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을 존경하여 물리학과 수학에 빠져 지냈다. 하지만, 대학 시절에는 물리학의 한계를 느껴, 학업을 등한시하고 종교와 형이상학적인 진리탐구에 몰두하였다. 석사과정 동안에는 컴퓨터 비전 및 동영상 신호처리를, 지금 박사과정에서는 뉴로이미징(Neuroimaging)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경험들이 어떻게 서로 하나로 엮일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말한다. "그 이질적인 경험들이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을 가지라."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것들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질적인 점들은 하나의 점으로 점점 모일 것이다. 물론, 그 점들의 이질성(heterogeneity)이 크면 클수록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나아가다 보면, (스티브 잡스의 경험에서 보는 것처럼) 그 점들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창의성은 더 놀라운 결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 점의 수렴이 어디에 있는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는 안다. 하지만, 그 지점은 에베레스트 산 정상처럼 너무 높고 뿌연 안개 속에 가려져 있어 내 머리 속에 명확한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단계 나아가야 할 지점을 정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머리 속에 그리는 일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love and loss)에 관한 것이다.

그는 애플이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10년동안 큰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는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겼고 그가 느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여전히 나의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공에 대한 부담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벼움으로 대체되었다. 그는 애플에서 해고된 일이 결국 인생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NeXT와 Pixar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성공했고, 애플이 그 회사를 사들임으로써 애플로 다시 복귀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애플에서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중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그것은 두려운 시험약이었지만, 환자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이란 때로 여러분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신념을 잃지 말기 바랍니다. 나를 이끌어간 유일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다는 것이었다고 나는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에서도 같습니다. -출처
사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통하여 타의든 자의든 수많은 상실을 겪어야만 했다. 앞서 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물리학자로서의 꿈을 스스로 접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나는 어떤 민족종교를 우연히 접하게 되어 학업 마저도 등한시 하고 수년 동안 신앙활동에 몰두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내가 회의감을 느끼고 그 종교로부터 나왔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엉망이 되어버린 대학 성적표였다. 나는 완벽한 실패자였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당시 나를 일으켜 세운 한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지나간 과거는 잊자. 대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막노동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일자리를 열심히 알아본 결과 나는 한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의 엔지니어 경험은 연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불러일으켰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 경험했던 상실은 작년의 유학 실패였다. 석사과정을 시작한 이후 유학을 추진했지만, 결혼을 하여 아기까지 낳게 되면서 유학의 꿈은 도리어 강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이미 가족과 친지들에게 유학을 준비한다고 공언한 터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겨우 독일의 어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지도교수는 내게 한 푼의 장학금도 주지 않았고 심지어 연구를 위한 컴퓨터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그 교수 밑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유럽에 버려진 쓰레기와 같았다. 이제 짐싸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유럽이라는 벽이 너무나 높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이 좌절감을 극복하게 한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찾아서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느꼈던 것처럼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벼움"으로 변화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다시 여러 군데를 지원했고, 영국, 캐나다, 독일 등지의 좋은 연구소로부터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높다고 느꼈던 세상의 벽이 조금씩 뚫리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는 지금 독일의 Leibniz 연구소에서 뉴로이미징을 연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석사과정 때 했던 동영상 신호처리 및 컴퓨터 비전과는 상당히 다른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재 연구주제는 fMRI로부터 뇌의 기능성 연결구조를 분석하는 일인데, 이는 사실상 내게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새로운 분야라서 사실 매우 망설였지만, 하면 할수록 강한 흥미를 느끼게 되고 전망이 있는 연구분야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유학 초기의 실패는 내게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도록 하는 변화의 계기가 된 셈이다.

이와 같이 상실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변화의 계기가 된다. 앞으로 만들어 갈 나의 삶에서도 상실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 상실은 곧 다가올 새로운 시작을 의미함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마지막 이야기는 죽음(Death)에 관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연설을 하기 1년 전 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3~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이 경험을 통하여, 그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강한 어조로 말한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과거의 통념, 즉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여러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가리는 소음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출처
얼마나 내 가슴을 저미게 하는 말인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기가 없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님, 가족 부양에 책임을 다하기를 바라는 아내 등 주위의 강한 기대와 시선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의 궁극적인 관심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것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기대를 먼저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론 나 자신이 진정 하고 싶어하는 것을 못하는 것에 분노하기도 했고, 벗어날 수 없는 고삐에 매여있는 소처럼 좌절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외침은 잔뜩 웅크리고 있던 내 마음에 강한 경고가 되었다. "누구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 그는 진정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좋은 방법은 내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할까?" 그리고 여러날 동안 그 답이 '아니오'라는 것으로 이어질 때, 나는 어떤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었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 과연 지금 하는 일- 즉 연구활동을 계속 했을까? 사실 연구활동 자체만 생각한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오히려 그 대답을 "예스"라고 바꾸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여러분 인생의 많은 부분을 채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 스스로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십시오. 주저앉지 마십시오. 언젠가 그것을 발견할 때 여러분은 마음으로부터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훌륭한 관계에서 처럼, 그것은 해가 지나면서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으십시오. 주저앉지 마십시오. -출처
아직 훌륭한 일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함으로써 결국은 가장 훌륭한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연구활동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속에서 내 인생의 점들이 궁극적으로 모이는 수렴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바로 죽기 직전까지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하는 연구활동이 아니라 궁극적인 수렴을 향해 나아가는 살아있는 연구활동이 되어야 한다.

물론, 죽을 때까지 그 수렴점을 결국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내 모든 힘을 다하여 그 수렴점을 향하여 나아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그 길을 향하여 내 모든 것을 다하는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온 이질적인 점들이 먼 훗날 또는 가까운 훗날 퍼즐처럼 하나로 맞춰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질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그 맞추어진 조각들이 결국 다음 의문을 설명하는 그림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왜 존재하며 나는 어디로 가는가
우주는 무엇이며 우주는 왜 존재하며 우주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보도록 권해주신 와이즈만 영재교육 연구소 초등과학팀장 박성미(@cherrytree519) 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성미님은 제자들로부터 퇴임 기념 콘서트를 헌정받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갖고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아름다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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